2007년 08월 14일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 피하고 싶은 감정들이 담겨진 책

)평범하지 않은 책이었다. 어떤 책이든 그 안에 자신의 세상을 담아낸 작가들에 따라 제 각기 다른 색을 지니고 있기에 어느 하나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책이었다. 그 무언가의 힘으로 이 한권의 책은 절대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책으로 느껴진다.
책장을 넘기면 짧은 작가소개와 함께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이 책을 해설한 부분중의 한 구절이 나와있다.
편혜영의 소설은 이제 '악몽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의 악몽화'를 겨낭한다. 이 변화는 명백한 진화다. 욕망이 재능을 만나면 역사가 된다. 이번 작품집에서 그녀는 그녀가 욕망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해내고 있다.
솔직히 편혜영이란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고, 그녀의 글을 접해보는 것도 처음이기에 그 전에 그녀가 어떤 글을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 '아오이 가든'이란 그녀의 단편소설이 굉장히 기괴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아오이 가든'이란 소설에서 악몽을 일상으로 불러내 지독한 불쾌함과 공포를 주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내가 이 책에서 들여다 본 단편들은 신형철씨의 '일상의 악몽화'란 표현이 굉장히 잘 들어 맞았다. 적어도 나는 '일상의 악몽화'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본 것은 이 짧은 한마디의 표현으로 거의 대부분이 요약된다.
책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특별할 것 없이 일상적인 느낌을 가지게 한다. 여행을 떠나는 남녀나 직장인등 우리 주위에서 살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삶과 작가의 필력이 만나 그야말로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 일상적인 느낌들은 조금씩 불쾌함과 거부감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사육장 쪽으로'에서 어디에서 들려 오는지 알 수없는 개짖는 소리나 '소풍'에서 짙게 깔려있는 안개, '밤의 공사'의 집 옆에 존재하는 썩은내가 진동하는 습지등은 일상적인 느낌의 이야기를 점점 불안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떨쳐내기 힘든 거부감과 불쾌감이 형성하는 불안은 점점 불어나고 그 무게에 짖눌려 숨이 턱하고 막혀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답답함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결국에는 점점 불어난 감정들의 찐득찐득한 그림자에 온몸을 뒤덮고 만다.
징그러운 벌레가 손끝을 타고 점점 올라오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나 끈끈한 나무수액이 몸에 묻어 떨어지지 않는 갑갑함,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몸으로 따뜻한 차나 지하철을 탔을때의 울렁거림등과 같은 느낌들을 전해주는 책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강도가 다르기에 이런 상황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쉽게 연상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감정들이다.
편혜영의 글속에는 살면서 왠만하면 피해가고 싶은 감정들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어쩌면 굉장히 진 빠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감정들의 힘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이야기가 끝나면 책을 덮지 못하고 다음 이야기를 펼치게 된다. 분명히 불쾌한 책임에도 다음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모습들에 놀라게 된다. 난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난 사디스트일까?(헉..ㅡ.ㅡ;)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면은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 자신을 위한 위로일지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이 여러편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 그런 이상적인 감정들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그런 감정들을 자극하여 즐기게 만든다고 생각이 든다. 편혜영의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확인해 봐야 겠지만..
여러채의 집과 사람이 뭉그러져 있고, 그 뒤를 쫓는 듯한 쥐를 연상시키는 불쾌한 모습의 동물들이 그려진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디자인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의 내용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제목과 표지의 그림이 책속의 좋지 않은 감정들과 어울려 으시시한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편혜영이란 이름을 언제 다시 접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이 표지와 제목 밑의 분홍색으로 밖혀 있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녀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선택하기 까지 굉장히 오랜 망설임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로 그녀의 이름과 글을 잊지 못할 것이다.
# by | 2007/08/14 19:36 | 책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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